자세한 차례 순서와 산소 제사(성묘방법)

감 놓아라 배 놓아라

각 가정마다 각 지역마다 명절이나 어르신 기일에 대한 예법이 다릅니다.
전통적으로 제사는 각자 방식으로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간섭하지 않는 게 상식입니다. 그래서 제 글을 보고 우리 집이 잘못했나?라는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남의 제사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표준이라고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참고하시는 게 좋을듯합니다.
이번에 어르신들이 나이가 연로하셔서 제사를 큰집의 장손인 큰 형님에게 물려주시면서 이참에 산소 제사와 차례 순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기록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충청도 사람입니다.

제사와 차례의 차이

제사와 차례는 이상하게 개인적으로 매번 헛갈리는 용어인데요.
제사나 차례나 둘 다 조상을 추모하는 의식인데, 제사는 일반적으로 모든 음식을 올려 의식을 행하는걸 모두 제사라고 합니다. 차례는 개념상 제사 안에 속한다고 봐야 합니다.

제사는 조상을 추모하고 감사를 표하고, 음식을 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죽은 조상을 잘 모시면 후손에게 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일반적으로 말하는 제사는 기제사를 말합니다.
기제사는 돌아기신 어르신 기일(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의식이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제사입니다.
돌아가신 어르신 한 분의 위패(나무로 된 판)를 상 위에 놓고 하며, 좋은 음식과 함께 술을 따라 올리는 의식입니다.
제사는 일반적으로 밤에 지내며, 전통적으로는 자시(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에 지냅니다만, 저희는 일반적으로 해가 떨어지고 8시나 9시 정도에 진행했었습니다.(집이 먼 분들을 위한 배려입니다.)

차례는 중국에서 전해진 말입니다. ‘차로 지내는 예’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차례는 간소하게 음식을 차리는 의식으로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에 조상을 추모하는 제사라고 생각하시면 되며, 여러 조상의 위패를 한꺼번에 올려 제사를 지냅니다. 아버지를 기준으로 2대 정도까지만, 위패를 모셨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아버지입니다.
나중에 제가 제사를 지니게 된다면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하게 되겠죠.
저희는 명절의 경우 아침에 제사를 지냅니다. 9시나 10정도에 보통 지냅니다.
(저녘에 지내는 집도 있으니 각자 상황이 다릅니다.)

현재는 저희는 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차례에 먼저 돌아가신 큰 아버지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제사(차례)를 지내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는 2대까지 하는 걸 권장한다고 하네요. 아마도 과거에 너무 심하게 제사를 지내는 집들이 많아 만든 표준인듯합니다.

저희 집 안은 제사와 차례에 음식이 약간 다른데요. 일반적인 제사에는 명패 앞에 밥과 탕국을 놓는 반면에 차례에는 송편이나 떡국을 나둡니다. 나머지는 음식은 유사합니다.

간소화되고 있는 명절과 제사

코로나 이후로 엄청나게 명절과 제사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모든것이 간소화되고 대가족이 모였던 문화도 변화가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도 마찬가지로 변화가 크게 있었고, 이전 제사가 기억에 가물할 정도입니다.

저희는 일반적으로는 큰집에서 차례나 제사를 지내고 있었는데요.
큰집 어르신이 이제는 너무 연로하시고 힘드시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방식을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1년에 한번 제사를 하는걸로 간소화 하고 나머지는 명절은 각자 집안에서 지내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산소에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본래는 할아버지 제사입니다만, 설날에 어르신들이 명절대란에 이동하시는걸 너무 힘들어 하셔서 각자 어르신들의 가정에서 각자 설 명절을 지내고 차례 겸 할아버지 제사 겸해서 한꺼번에 산소에서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산소 제사와 차례 순서

산소에서 제사를 지내는 걸 성묘라고 하지요. 차례 순서를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식구가 좀 많은 편인데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각 가정의 어르신들과 각가정의 장손들이 주로 참석합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가정들이 모두 모이다 보니 인산인해를 이루곤 했었습니다.
이번에는 식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자 11시에 차례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산소 정리

어르신들이 오시기 전에 먼저 저 같은 일꾼들이 산소에 와서 우선 주변 정리를 합니다. 산소 주변에 있는 풀과 잔나무들을 정리하여 제사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죠. 흔히들 “벌초”라고 합니다.
너무 오래간만에 가서 그런가 낫으로 안 되는 상황이 많더군요. 미니톱을 추가로 가져가는 걸 추천합니다.

제사상 차리기

모두 모여서 어르신이 준비하신 제사상을 차립니다.
배치가 나름 중요한데요. 저희는 아래와 같은 규칙을 어느정도 지키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1열은 식사류인 수저그릇과 국과 밥(명절에 떡), 2열은 고기산적과 부침개 전, 3열은 탕류, 4열은 포와 나물, 5열은 과일을 놓습니다.

어동육서: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에 둡니다.
두동미서: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물고기의 경우 동쪽에 머리를 두고 꼬리를 서쪽에 둡니다.
홍동백서: 붉은 과일 동쪽, 힌 과일은 서쪽으로 둡니다.
조율이시: 대추, 밤, 배, 곶감 순서입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다른 과일을 추가하였습니다. 귤이나 바나나는 뒷 순서에 두면 됩니다. 귤이 더 붉어서 바나나 보다 동쪽에 두었네요.
그리고 단상 밑에는 술 주전자와 술을 버릴 그릇(퇴주)이 필요합니다.

차례 순서와 산소 제사

준비가 끝나면 산소 제사를 진행합니다.
일반적으로 향을 피우는데, 요즘엔 산불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향을 안피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래 사진은 집에서 하는 일반 제사상입니다. 참고로 넣어봅니다.(10년전에 찍어서 화질이 안 좋네요.)

제사상

차례 순서(제사 순서)

남자는 오른손을 가리고 여자는 왼손을 가리고 서있습니다.(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이렇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흉사(사고로인한 죽은이의 장례식)에는 반대로 손을 바꾼다고 하더군요. 죽음에 길한 죽음은 흔하지 않죠. 대부분 흉사겠죠. 그래서인지 구지 흉사로 취급하지 않고 반대로 손을 하는 경우는 없는거 같습니다.)

제사상을 보는 기준으로 제사상 왼쪽에 주도하는 분이 있습니다.
(저희집은 제사를 총괄하시는 분이 늘 왼쪽에 서있습니다.)
제사를 대표하는 큰집 장손이 제사상 앞에 무릅을 꿇고 앉습니다.(제주라고 합니다.)
오른쪽에는 술을 따르는 보조가 한명 있어야 합니다.

  1. 제사를 주도하는 분이 빈 술잔을 들어 대표(제주)에게 넘깁니다.
    술잔을 받아든 대표는 오른쪽에 술을 따르는 보조에게 술을 받습니다.
    술을 따르는 사람은 술을 따를 때 3번을 나누어서 술을 넘치지 않게 담습니다. (가득 담지는 않습니다.)
    술을 받은 대표는 앉은 상태에서 술잔을 향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작은 원을 그립니다.
    그리고 퇴주그릇(술 버리는 그릇)에 술을 버립니다.
    빈 잔을 올리고 다 같이 절을 두 번합니다.
    (이 날 비가 좀 와서 어쩔 수 없이 나머지 분들은 목례를 두 번 하였습니다.)
    저희는 남녀상관없이 두 번 절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여성은 4번 했는데, 차별적인 부분이라 어르신들이 없앤 거 같습니다.

  2. 대표는 다시 무릎을 꿇고 앉아서 총괄에게서 다시 술잔을 받습니다.
    이번에도 보조하는 분이 술을 마찬가지로 3번을 나누어서 술을 담습니다.
    술을 받은 대표는 앉은 상태에서 술잔을 시계방향으로 작은 원을 그립니다.
    이번에는 채운 잔을 총괄에게 넘깁니다.
    총괄은 채워진 잔을 원래 자리에 가져다 둡니다.
    이렇게 큰 어르신 순서로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순서로 잔을 올립니다.
    잔을 다 올리면 대표(제주)는 절을 또 2번 합니다. (나머지 사람은 그냥 있습니다.)

  3. 수저를 고인이 좋아했던 음식 위에 올려둡니다.(식사하시도록 하는 겁니다.)
    본래는 대표(제주)이후에 큰 어른분들부터 순서대로 절을 하여 잔을 올리고 수저를 계속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식으로 이동을 하는데, 방식을 간소화 하여 대표(제주)가 하는걸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4. 마무리로 다시 술잔을 총괄이 대표(제주)에게 넘겨서 퇴주에 술을 버리고 새로 술을 다시 담아 다시 제사상위에 올려둡니다.(총괄, 대표, 보조의 역할은 반복적입니다.)

  5. 다시 모두 다 같이 두 번 절을 하고 제사를 마무리 집니다.
제사 마무리

제사가 마무리되면 술을 주변에 뿌리거나, 식구들이 함께 마십니다.
되도록이면 음식물은 다 먹고 산소에서 내려오는게 관례인데, 다 먹기에 벅차기 때문에 적당히 먹고 잘싸서 가져 갑니다.
요즘에는 술을 산소 뿌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야생동물들이 냄새를 맞고 산소를 파헤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코로나 이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다 같이 모이면 안 되는 상황이 되니 제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던 상황이 많았죠. 그러다 보니 제사가 간소화되고 방식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저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집들도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예법을 중시하는 분들은 이런 상황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세상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의 삶을 질을 향상하고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변모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녀의 갈등도 줄어들면서 가족을 위한 친목이 되는 것이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방법이지 않은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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