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만월(2)

자욱한 먼지 속에서 빠져나온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야말로 한 끗 차이로 죽을 뻔한 위력이었다. “휴.” 내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영주 놈이 이가 갈린다는 듯 말했다. “운이 좋았군. 어디 워리어급도 안 되는 놈이 건방은! 죽여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그 형제들과 부하들이 동시에 내게 달려들었다. 사방이 가로막힌 찰나, 나는 왼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조용히 빼내었다. 스윽. 어떠한 빛도, … 더 읽기

19화 만월(1)

결전의 날, 우리는 어제 봐두었던 동굴 근처의 수풀 속에 은밀히 매복했다. 정면에는 여전히 삼엄한 기세를 풍기는 익스퍼트 급 전사 한 명과, 검을 꼬여 쥔 워리어 네 명이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놈들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오늘 밤이 바로 의식이 거행되는 만월의 날이기 때문이리라. 내가 레이나와 빌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작전이 시작이었다. 쿠구구구―! 가장 먼저 … 더 읽기

18회차 뜻밖에 습격

그때 경계를 서고 있던 무리 중 한 녀석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야, 이거 그냥 미친 짓 아냐? 그런 의식을 치른다고 해서 진짜로 그 평민 놈 힘이 영주님 몸에 고스란히 깃들까?”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픽 웃으며 대꾸했다. “뭐, 우리야 알 게 뭐야. 영주님한테 돈만 두둑하게 받으면 장땡이지.” 그러자 또 다른 놈이 진지한 목소리로 끼어들며 이야기를 … 더 읽기

17화 음모의 저택

■ ■ ■ 쉐론은 한스가 준 망토를 착용하고, 한스가 설명해 준 대저택으로 숨어들었다. 지하 쪽은 이미 한스가 확인하고 이야기해 주었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가장 좋은 건 영주의 방을 찾아내어 영주의 대화를 엿듣는 일이었다. 그렇게 쉐론은 삼엄한 대저택 내부를 여기저기 탐색해 나갔다. 그러던 중, 영주의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것을 목격하고 … 더 읽기

16화 어둠의 망토

당황한 놈들은 방 문을 열어둔 채 허둥지둥 밖으로 뛰쳐나갔다. 놈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지하실을 뒤지는 소동을 틈타, 나는 어둠의 망토를 쓴 채 천천히 움직였다. 녀석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그늘만을 골라 웅크리며 이동한 끝에, 나는 마침내 아이들이 갇힌 층으로 올라왔다. 헌데,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철창 감옥 안을 들여다본 순간, 나는 숨을 들이켰다. 아이들이 모두 … 더 읽기

15화 아이들

반응할 틈도 없었다. 머리 위로 묵직한 둔기가 사정없이 내리쳐졌고, 눈앞이 번쩍하더니 이내 의식이 암전 속으로 가라앉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덜컹거리는 진동과 함께 깨질 듯한 두통이 밀려왔다. 억지로 눈을 떴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마차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구석에는 아까까지만 해도 덤덤해 보였던 아이들이 보였다.하지만 지금 아이들의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 더 읽기

14화 등 뒤의 그림자

다음 날, 우리 파티는 길드로 향했다. 길드에 보고를 마친 뒤 약속된 보상을 받기 위해서였다. 겸사겸사 길드 측에서 파악한 칼로스의 마지막 행적도 확인하고 싶었다. 길드장은 우리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대했다. “오, 소문의 주인공을 직접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훑어내리며 슬쩍 떠보듯 물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칼로스는 엔데르 산맥의 산장에서 신의 심판을 받은 … 더 읽기

13화 칼로스의 유물

녀석이 스르릉, 검을 뽑아 들었다. 시퍼런 검신을 타고 흐르는 흑색 아우라. 온몸을 감싼 흑철 갑옷에서 풍기는 위압감만 보아도 최소 마스터급은 되어 보였다. 숨이 턱 막히는 압박감에 주변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았다. 녀석은 레이나 같은 브론즈급 모험가 오십 명, 아니 백 명이 목숨을 걸고 덤벼들어야 겨우 쓰러뜨릴 수 있을까 말까 한 존재였다. 하물며 마나 한 톨 제대로 … 더 읽기

12화 뜻밖의 사냥꾼

길드장의 눈에 확신이 서렸다. “이제 칼로스의 죽음은 기정사실이 되었네. 조만간 전 대륙 길드에 공표될 예정이야.한스 군, 비록 자네가 직접 발견한 시신은 없지만 그 결정적인 증거를 회수해온 공로를 인정받게 될 걸세.보상이 꽤 짭짤할 거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길드 윗선에서 논의 중이지만, 최소한 수도에 번듯한 집 한 채 정도는 살 수 있는 금액이 내려올 걸세.” 옆에서 … 더 읽기

11화 수호신 쉐론

스윽. 왼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비틀어 뺐다. 그 순간, 봉인되어 있던 마력이 전신을 타고 폭발적으로 휘몰아쳤다. 납덩이처럼 무겁던 검이 순식간에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둔해졌던 모든 감각이 리미터를 해제하듯 날카롭게 깨어났다. 고개를 들어 달려오는 다크팽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 미친 듯이 돌진하던 다크팽의 거구가 허공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놈은 본능적으로 내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변했다는 것을 눈치챈 듯, 나를 … 더 읽기